어느 날은 환희로 가득해서, 마음이 풍선이라면 작은 구멍을 내어 빵빵한 기쁨이라는 공기가 빠지도록 한참을 기다려도, 비에 젖어 미끈거리는 캠퍼스의 대리석 계단 위에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다 엉덩방아를 찧을 때까지 쪼그라들지 않았다.

또 어느 날은 우울해서, 욕심이 풍선이라면 희망이라는 공기가 모조리 빠지고 쭈글쭈글한 현실만 남는 것을 지켜보기 싫어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현실을 만들어낸 스스로가 한심해서, 가만히 서있는 꼴조차 쳐다보기 싫어 거울을 외면했다.

날뛰는 말이 누구 하나 걷어찰까 두려운 것처럼, 마음이 날뛰는 것을 통제할 수 없어 나는 물론이고 곁에 있는 당신까지 아프게 할 거라면 차라리, 마음을 송두리째 부수고 싶었다.

괴로움을 치울 수만 있다면 평생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도 좋겠다고, 괴로움이라는 벌레를 눈 앞에서 치워버릴 수만 있다면 마음이라는 집 전체를 불태워 없애도 좋았다.

마음은 파도를 타는 것과 같아서, 떨어질 때 아플 정도로 즐거움에 붕 뜨거나 숨이 막힐 정도로 슬픔에 잠길 듯한 거센 파도에 허우적거리기 전에 피하는 방법을 미리 알았다면, 서핑보드를 타고 잔잔한 다른 감정에 도착할 수 있었을 텐데.

아무리 외쳐도 잔잔해지지 않는다고 파도 앞에서 물먹어가며 삿대질할 필요는 없었는데, 불필요한 에너지를 참 많이도 쓰며 살았다.

혹시 당신이 감정의 파도를 탈 줄 모른다면, 익숙해질 때까지 스스로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을 때까지, 내가 구조장비를 가져와 구해주고 싶다. –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고 있지만, 나도 옆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수도 있다. - 내가 사용하고 있는 두 가지 장비를 당신에게도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 구조장비는 몸에서 꺼낸다.

당신도 부풀어 잠재워지지 않는 환희와 쪼그라들어 일어날 힘이 없는 우울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지금 당신의 기분은 어떠한가? 우리는 한 달 전의 기분이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환희도, 우울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안다는 것이 핵심이다. 순간의 거친 감정의 파도로 신경이 끊어지려 하다가도,

‘예전에도 이런 순간이 있었어. 그 때의 감정도 끝나고 없고, 지금의 감정도 결국 끝나 있겠지.’

이런 ‘자각’이라는 서핑보드가 넋을 잃고 있을 때조차 너울거리는 파도 위에 표류하고 있다. 우리가 잡아 주길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볼 수 있고, 다가갈 수 있고, 잡을 수 있다.

험악한 파도를 맞닥뜨린 상태에서 자각을 잡는 것조차 어렵다. 자각하자마자 안전한 감정으로 순간이동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각을 잡고 때를 기다리면 반드시 파도는 탈 수 있을 만큼 가벼워진다.

첫 번째만 잘 해도 두 번째는 꺼낼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고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면 두 번째로 넘어가자.

두 번째 구조장비는 메모장에서 꺼낸다.

책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에서 ‘우울 극복 리스트’에 대해 알게 됐다. 자주 우울하다면 어떨 때 행복했는지 적어보고 우울할 때마다 리스트에 있는 행복을 하나씩 꺼내서 실행해보라는 제안이 있었다. 이걸 따라 했더니 기분이 좋아져서 하고 싶은 다른 일을 할 힘이 생겼다. 효과를 본 적이 있기에 당신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그런데 ‘우울 극복’이라는 이름이 싫어서 ‘행복한 순간’으로 바꿨다. 우울 극복, 듣기만 해도 벌써 내가 우울한 것을 티 내는 게 싫다.

내 리스트를 아래에 적어보았다. 당신이 나를 만났을 때 당신의 행복한 순간 리스트에 어떤 순간을 적었는지 알려주길, 그런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당신이 알려준 행복한 행동을 할 때마다 당신이 떠오를 것 같아 상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행복한 순간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