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다. 나이나 성별, 피부색이 달라도 인간들은 모두 - 누군가 설계한 것이 아닐까 수상할 정도로 - 목표가 같다.

행복. 행복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사람마다 다른 대답이 나올 것이다. 행복한 기분을 얻기 위한 수단도 제각기 다를 것이다.

그래도 인생이 고속도로라면 내비게이션에 지정된 목적지는 언제나 행복이다. 우리는 어느 길로 가도 그곳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길 바란다.

나는 금사빠다. 모든 분야에 기본적인 호감을 느낀다. 그런데 모든 분야가 좋다보니 좋아하는 일의 갯수가 많아서 난감할 때가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다. 벤치마킹을 하려고 두 마리를 다 잡은 사람들의 책을 읽었다. 그들은 양손에 한마리씩 귀를 머리 묶듯 움켜잡고도 다음 토끼를 잡는 여유가 있었다.

반면 나는 어떤 토끼부터 잡아야 할지 고심하다 보면 해는 물론이고 토끼도 도망가고 없었다. 한 번은 ‘목표관리 앱 개발’이라는 토끼를 잡겠다 결심했었다. 잡으려고 지도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리고 전술도 짰지만 끈기가 모자라 주저앉았다.

성공한 사람들은 한 번 결정하면, 그 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나는 결정한 길을 걷다가 연인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연거푸 뒤를 돌아보는 소녀처럼, 다른 길도 걷고 싶은데 몸이 하나뿐이어서 아쉬워했다.

그래서 선택은 중요하다. 나처럼 하고 싶은 일은 많고, 뭐부터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은 정리가 필요하다. 아래 순서는 내 인생의 방향을 정리한 방법인데, 따라 하면 머릿속이 단순해질 것이다.

첫째, 종이를 앞에 두고 앉는다.

둘째, 원하는 것을 종이에 남김없이 적어야 한다. 머리를 탈탈 털어 원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이때 ‘원하는 것’은 갖고 싶은 물건, 하고 싶은 경험과 직업과 공부, 원하는 성격, 친해지고 싶은 사람. 모두 해당한다.

셋째, 적게는 한 마리, 많게는 수 백 마리의 토끼가 생겼을 것이다. 그다음, 곤도 마리에처럼 설레는 토끼만 남기고 나머지는 떠나보내야 한다.

토끼를 하나하나 쳐다보며 아래 질문을 던져보아라.

“지금 당장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이 토끼를 놓아줘도 괜찮은가?”

나는 400개의 토끼를 모았다. 그중 한 마리의 이름은 “우주여행”인데, 이 녀석으로 예를 들어보겠다.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면, ‘우주여행’을 놓아줘도(안 가도) 괜찮아?”

그러면 답이 나올 것이다. 보통 아래 세 가지로 압축될 것이다.

‘그래, 지금 당장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진다면, 우주여행? 평생 안 가도 돼.’

‘그래도… 우주여행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안 가면 후회할 것 같은데…’

‘우주여행은 가야 돼! 죽기 전에 꼭 가야 한다고!’

책 <세도나 마음혁명>에서 저자는, “만일 당신이 갈망을 바꿀 수 없거나 놓아버릴 수 없다면, 목표를 설정하고 최선을 다해 그것을 성취할 것을 당신 자신에게 허락하라.”라고 조언한다.

놓아줘도 괜찮다면 종이에서 지워라. 그래도 미련이 남거나 놓지 못하겠다면 남겨라. 이렇게 남은 토끼들이 당신의 버킷리스트가 될 것이다.

넷째, 마크 레클라우는 <습관책>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 “1,000만 달러가 있고, 집이 7채이며, 가고 싶은 곳 모두를 여행했다면 당신은 다음에 어떤 일을 하겠는가?”

당신의 토끼들 중 원하는 만큼 돈이 있고, 가고 싶은 곳을 다 가본 뒤에도 남아있을 토끼를 찾아보자.

나는 네 번째 방법을 거치고도 남은 토끼 중 하나가 “종이책 출간”이다.

글은 독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옆에 앉아 있어주고, 무던한 날에는 이유 없이 흥얼거리는 노래처럼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기쁠 때는 양손으로 하이파이브 한다. 육체는 사라지더라도, 내 글은 살아서 독자를 응원한다.

내 글은, 생각은 독자의 마음에 앉아 살아 숨 쉰다. 그래서 나는 글을 놓지 못한다. 영원히 살아있고 싶은 욕심 때문일 것이다. 죽고 싶지 않아서 간절한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가장 먼저 안아주고 싶은 토끼를 정하고 실행하라. 지금의 내 위치와 가장 가까운 토끼부터 골라도 좋다.

힐러리 클린턴은 하루에 7~9개의 일 전부를 완벽하게 끝내는 초인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따라하지 말고, 하나씩만 하자. 욕심이 나서 더 고르고 싶어도 3개까지만 고르자. 머리가 폭발해서 토끼가 도망갈 수도 있으니까.

종이 안에 갇혀 주인을 기다리는 토끼가 당신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그려 본다.

먹구름처럼 싫은 일로 뒤덮인 세상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일이 햇살처럼 내리쬐는 순간을 만끽하는 당신의 모습을 그려 본다.

#8 Sunshine fin.